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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기술, 자신의 감정을 무시하지 마라.

 어렸을 때 우린 착하게 살고, 장난감도 친구들과 같이 갖고 놀고, 채소를 먹으라고 배운다. 좋은 말을 할 수 없을 땐 아무말도 하지 말라고 배운다. 하지만 우리가 침묵할 때마다 우린 서로에 대해 무지해진다. 타인의 감정을 배려하기 위해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숨긴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면 결국 후회로 남게 된다.

 미국 드라마 'Men in Tree'에 나오는 말이다.

 

 

 한국인의 '화병'은 의학사전에 등재될 만큼 유명하다. 그 병은 결국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억누르기만 할 때 생기는 병이다. 그렇다고 자신의 감정이 소중하니까 무조건 표현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숨긴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표현되지 못한 감정은 가슴속에 똬리를 틀고 있다가 대화 중에 가시가 되어 나타난다. 조금씩 새어나오든지 언제 한번 크게 터지든지.

 

 

 시어머니들은 평소 착했던 며느리가 왜 한번씩 뒤통수를 치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한다. 뒤통수를 치기까지 며느리들이 얼마나 많은 감정을 삭여왔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김선아 씨는 시어머니가 둘째를 왜 안 갖느냐고 채근할 때마다 뒷골이 당기는 느낌을 받는다. 가슴에 돌덩어리를 얹은 것 같은 기분이 들고, 뭐라고 말해야 할지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는다. 자신은 여러 형제자매들 사이에서 늘 치이면서 자라왔고, 부모의 부족한 사랑에 결핍감을 느껴왔다. 경제적인 문제도 있고 직장도 다녀야 하지만, 자기 딸에게는 그런 결핍감을 느끼지 않게 하고 싶다는 것이 아이를 외동으로 키우는 가장 큰 이유다. 김선아 씨는 이 문제를 어떻게 시어머니에게 이야기해야 할까?

 

 

 어떤 일을 거론해야 할지 피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 그런 딜레마에 대응하는 손쉬운 방법 중 하나는 문제로부터 감정배제하는 것이다. 감정을 털어놓으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 몰라 대화를 망설이게 된다. 실제로 감정을 털어놓을 경우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거나 인간관계를 망치게 될지도 모르는 위험 부담을 안게 된다. 또한 스스로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만일 상대방이 내 감정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거나 원하지 않는 말을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감정이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방법으로 대화에 자꾸 끼어든다. 표정부터 굳어지고 목소리가 떨린다. 긴 침묵이나 어색함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고, 냉소적,공격적,불안정적,방어적 자세로 나타나기도 한다. 억눌린 감정은 심한 긴장감을 유발하기 때문에 대화 자체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또한 침착하고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 때 울어버리거나 폭발하는 등 바람직하지 못한 형태로 표출된다. 우리가 울거나 화를 내는 것은 감정을 자주 표현하기 때문이 아니라 감정을 좀처럼 표현하지 않기 때문이다. 콜라병을 흔들어대다 마침내 뚜껑을 열었을 때와 같다.

 

 

 그러나 문제는 어떤 상황의 중심에 감정이 개입되어 있다면 그것을 무시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대화에서 감정을 빼버리면 양쪽 모두에게 만족스럽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진짜 문제는 다루어지지 않았으니까.

 김선아 씨가 시어머니의 계속되는 잔소리에 울면서 소리를 지른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평소 얌전하던 애가 왜 이래? 시어머니 말이 그렇게 고깝냐?" 하는 식의 반응을 얻기 쉽다. 그래서 김선아 씨는 시어머니와 단둘이 만나서 이렇게 말한다.

 "평소 힘들었던 점이 있는데, 말씀드려도 될까요? 전 어머니와 정말 잘 지내고 싶어요. 평소 절 아껴주시는 것도 잘 알고 고맙게 생각하는데요, 제 감정을 말씀드리지 않으면 진심으로 어머니를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정말 용기를 내서 말씀드리는 거니까 어머니도 존중해주셨으면 해요. 말씀드려도 될까요?"

 이렇게 시작하는 대화에 응하지 않을 시어머니는 없을 것이다.

 "저는 직장 생활을 계속하고 싶은 마음도 크지만, 아이에게 온전한 사랑을 주고 싶어서라도 하나만 키우고 싶어요. 그렇다고 제가 무리하게 피임을 하거나 그러지는 않아요. 저희 부부의 결정을 존중해주셨으면 해요. 자꾸만 둘째 이야기를 하시니까 저는 다른 이유로 제게 불만이 있는 건 아닌지, 둘째를 안 갖는 며느리는 필요 없다는 식으로 생각하시는 것은 아닌지 걱정돼요."


2017/03/07 - [분류 전체보기] - 자신의 감정을 무시하지 마라 2(다른 사람의 감정을 존중)

2017/03/07 - [분류 전체보기] - 내 감정의 원인은 나에게 있다 1 (감정을 정확히 인식하기)

2017/03/07 - [분류 전체보기] - 내 감정의 원인은 나에게 있다 2(변명의 특징은 불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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