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대화의 기술 - 상대를 먼저 진심으로 이해하라. (상대를 인정하기, 섹스리스 커플, 섹스를 자주, 5분 일찍, 5분 늦게, 노무현, 맞습니다 맞고요)

"우리는 도무지 섹스를 하지 않아요."

 우디 앨런(Woody Allen)의 영화 '애니 홀(Annie Hall)'에서 앨비 싱어가 불평했다.

 그러나 그의 여자 친구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섹스를 해요."

 의사가 물었다.

 "얼마나 자주 하는데요?"

 "일주일에 세 번!"

 두 사람이 동시에 대답했다.

 이렇게 똑같은 사실을 두고 다르게 말하는 것은 왜일까? 우리가 그 동안 배워온 관습,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내면화해온 규범, 과거의 경험들 때문이다. 그것을 인식하든 인식하지 않든 우리는 이 세상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야 하는지,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규칙으로 만들어 갖고 있다.

 매번 5분 정도 일찍 오는 사람과 매번 5분 정도 늦는 사람은 교통 사정과 상관없이 자신의 규범 때문에 그러는 것이다. 법으로 정해진 게 아니라 알게 모르게 내면화된 것이므로 그런 것들과 갈등을 빚는다면 상대방에게 물어봐야 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규칙을 말하고 상대방이 생각하는 규칙이 무엇인지 말이다. 누구의 규칙이 올바른가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마다 규칙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상대방의 말이 제대로 들리기 시작한다.

 또한 대부분의 결론은 자기 입장에서, 자기 이익을 위해 도출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해줄 정보를 찾아내고, 그 정보를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방법으로 해석한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확신한다. 

 하버드 경영대학의 하워드 라이파(Howard Raiffa) 교수가 학생들을 상대로 실험을 했다. 한 그룹에게는 기업을 사기 위해 협상하도록 하고, 다른 그룹에게는 기업을 팔기 위해 협상하라고 지시했다. 그러고 나서 각 팀에게 그 회사의 가치, 그러니까 사거나 팔기 위해 제시한 금액이 아닌 실제적인 가치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평가해보라고 했다. 그러자 팔려는 그룹의 학생들은 시장 가치보다 30% 높게 값을 평가했고, 사려는 그룹의 학생들은 30% 정도 낮게 값을 평가했다고 한다. 자신도 모르게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생각을 발전시킨 것이다. 그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과 일치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무시하고 곧 잊어버렸다.

 자신도 모르게 편향된 인식을 만들어내는 경향은 어찌 보면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이지만 때로는 위험한 일일 수도 있다.

 내 의견과 다른 상대방의 의견이 어떻게 형성된 것인지 호기심을 갖고 알아보자. 내가 옳든지 상대방이 옳든지 가려내려 하지 말고, 우선 상대방이 어떤 관점에서 어떤 감정으로 이야기하는지 들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주장을 이해하려 한다고 해서 내 주장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각자 지닌 정보와 해석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견해가 서로 다른 것일 뿐, 양쪽 모두 옳을 수 있다.

 옛날에 두 성직자가 하나님의 일을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가에 대해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논쟁이 끝없이 계속되자 화해 해야겠다는 마음에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네와 나는 사물을 보는 시각이 다른 것 같네. 그럼 할 수 없지. 우리의 의견이 일치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니까. 자네는 하나님의 일을 자네 방법으로 하게. 나는 하나님의 방법으로 할 테니까."

 상대방은 틀리고 나는 옳을까? 대화의 대부분은 옳고 그런 것과 상관이 없다.

 담배 패우는 것이 옳기 때문에 피우는가? 술 마시는 것이 옳기 때문에 마시는가? 딸이 담배를 피울 때 말리고 싶은 당신이 옳다. 그렇지만 문제는 대화의 쟁점이 옳고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신과 딸이 흡연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당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다. 딸의 흡연을 끊게 할 수 없다는 데 대한 무력감과 분노의 문제다. 딸이 스스로 어른이라고 느끼는 것과 질식할 것 같은 '착한 아이'의 틀을 깨고 싶어하는 것이 문제다.

 알코올 중독인 친구에게 그의 건강을 걱정하고 엉망이 되어가는 가정 생활을 걱정하는 당신의 의견이 옳다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그의 이야기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앞으로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계속 옆에 있어주겠다고 말해야 도움이 되는 것이다.

 하버드 대학 커뮤니케이션 연구팀은 15년 동안 연구한 결과로 '그리고' 대화법을 추천했다. "어느 하나의 이야기를 선택하려고 하지 말고 둘 다 수용하라. 그것이 바로 '그리고' 대화법이다."라고 밝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독특한 화법인 "맞습니다, 맞고요."는 '그리고' 대화법의 한 예로 보인다. 그가 토론의 달인으로 불린 것은 한국 사회에선 드물게 먼저 상대방의 의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후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이해한다고 해서 내 주장이 약화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제대로 듣지 않고 자기 말만 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제대로 들어야 상대를 이해 할 수 있다. 그것이 최고의 대화 기술이다.

2017/03/07 - [분류 전체보기] - 제대로 들어야 제대로 말할 수 있다(경청하기)

2017/03/18 - [분류 전체보기] - 공부혁명은 암시혁명에서 시작된다(잠재의식의 현실화)

2017/03/18 - [분류 전체보기] - 집중할 수 없는 이유 7가지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